한인옥 여사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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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옥 여사 별세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부인 한인옥 여사가 지난 23일 별세했다. 향년 88세. 오랜 시간 법조인과 정치인의 아내로 살아오며 남편의 곁을 지켜온 한인옥 여사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과 법조계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고인의 빈소는 서울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2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6일 오전이며 장지는 광릉추모공원이다. 유족으로는 이회창 전 총재와 아들 2명, 딸 1명이 있다.


1938년 경남 함안에서 태어난 한인옥 여사는 한성수 전 대법관의 딸로 알려져 있다. 경기여고와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1962년 당시 판사였던 이회창 전 총재와 결혼했다. 이후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남편의 정치·법조 인생을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함께해 왔다.


한인옥 여사는 대중 앞에 자주 나서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단아하고 품위 있는 이미지와 함께 강단 있는 성격으로도 잘 알려졌다. 조용한 내조를 이어가면서도 필요할 때는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히는 모습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이회창 전 총재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을 때 한 연찬회 자리에서 했던 발언은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한인옥 여사는 당시 참석자들에게 “하늘이 두 쪽 나도 선거에서 이겨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발언은 강한 정치적 의지와 결기를 보여준 장면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평소 차분한 이미지와 대비되는 단호한 발언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정치권에서는 한인옥 여사를 두고 “묵묵한 버팀목”이었다고 평가한다. 이회창 전 총재가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거쳐 야권의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과정에는 수많은 정치적 부침이 있었다. 두 차례 대선 도전과 정계 개편, 보수 진영 재편 등 굵직한 정치 일정 속에서도 한인옥 여사는 한결같이 남편 곁을 지켰다.


정치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종교 행사와 봉사 활동 등에 꾸준히 참여하며 이른바 ‘그림자 내조’를 이어왔다는 평가도 받는다. 특히 2007년 대선 국면에서는 이회창 전 총재의 이미지 변화를 위해 직접 의상과 스타일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인옥 여사가 점퍼 스타일을 제안해 이회창 전 총재의 딱딱한 이미지를 완화하려 했다는 일화는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는 과거 여러 인터뷰에서 한인옥 여사를 “첫사랑”이라고 표현해왔다. 두 사람은 법조인 부부에서 정치인의 가족으로 삶의 무게가 달라지는 과정 속에서도 긴 시간을 함께했다. 주변 인사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깊이 신뢰한 부부로 알려져 있었다.


유승민 전 의원도 한인옥 여사의 별세 소식에 애도의 뜻을 밝혔다. 유 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법조인의 아내에서 정치인의 아내가 되신 지난 수십 년 동안 많은 일을 겪으셨지만 늘 단아한 기품을 잃지 않으셨다”며 “힘든 시기마다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빈소에는 보수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들과 과거 한나라당 시절 인연을 맺었던 정치인들, 이회창 전 총재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측근들도 잇따라 빈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인옥 여사는 평생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한 걸음 뒤에서 가족과 남편을 지켜온 인물로 기억된다. 단아한 이미지 속에서도 필요할 때는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정치적 격랑 속에서는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60여 년 동안 이회창 전 총재와 동행한 삶은 이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한 시대 보수 정치의 뒤편을 묵묵히 지켜온 인물의 마지막 길에 애도의 뜻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