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8월 16일, 충청남도 대천의 한 조용한 주택가. 모두가 잠든 새벽, 생후 2개월 된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였다. 문은 잠겨 있었고, 창문에도 외부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그러나 아이는 분명 사라졌다. 약 10시간 뒤, 아이는 집에서 멀지 않은 대천천 강변에서 발견된다.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그러나 기적처럼 살아 있었다. 누가, 왜, 이 아이를 데려갔다가 다시 버렸을까. 그날 이후, 마을에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반복되는 악몽,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범인
첫 사건이 발생한 지 6개월 후, 같은 마을에서 또 다른 신생아가 사라진다. 불과 200m 거리. 이어 4개월 뒤, 또 다른 아기가 같은 방식으로 사라졌다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채 발견되고, 결국 숨을 거둔다.
그리고 다시 3개월 후, 생후 6일 된 신생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이 모든 사건은 반경 300m 안에서, 깊은 새벽 시간대에 발생했다. 피해자들은 모두 저항조차 할 수 없는 영유아였다. 같은 공간, 비슷한 시간, 동일한 대상. 누군가가 이 마을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강한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범인의 흔적은 어디에도 남지 않았다.
결정적 순간마다 놓쳐버린 수사의 골든타임
초기 대응은 어땠을까. 첫 사건 당시, 경찰은 부모를 의심하는 태도를 보이며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았다. 이후 사건이 반복되자 뒤늦게 수사에 착수했지만, 공개 수사가 아닌 비공개 방식으로 진행됐다. 마을 안에서 연쇄적으로 벌어지는 범죄였음에도 주민들에게 충분한 경고나 정보는 전달되지 않았다.
다섯 번째 사건에서는 더욱 심각한 허점이 드러난다. 피해 아동의 시신 부검이 이틀이나 지연됐고, 범행과 관련된 중요한 증거는 열흘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심지어 현장 주변에서 수상한 도구를 소지한 채 배회하던 인물이 있었지만, 증거 부족으로 풀려났다. 수사는 있었지만, 결정적인 순간마다 무언가 놓치고 있었다.
같은 범인인가, 다른 범인인가
1차부터 4차 사건까지는 공통점이 뚜렷하다. 신생아를 대상으로 한 범행, 동일 지역, 동일 시간대. 그리고 모두 같은 병원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이는 범인이 특정 정보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그러나 1994년, 정확히 3년 뒤 같은 날 발생한 5차 사건은 이전과 달랐다. 이번에는 5세 아이가 대상이었다. 범행 방식도 훨씬 잔혹해졌다.
단순 유기가 아닌 명백한 살해, 그리고 시신 훼손. 이는 범인의 성향이 변화했음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전혀 다른 인물의 소행이었을까. 하지만 날짜, 장소, 그리고 점점 대담해지는 범행 수위는 동일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특히 가족이 함께 자고 있던 상황에서 아이만 사라졌다는 점은, 범인이 매우 대담하거나 혹은 사전에 철저히 계획된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