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 화재 참사 판결 항소심 대표 박순관
- 아리셀 화재 참사
아리셀 화재 참사


2024년 6월 24일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단순 화재가 아니라 폭발로 이어진 복합 재난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키웠다. 특히 사고 이틀 전 이미 공장 내부에서 선행 폭발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작업이 중단되지 않았다는 점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검찰은 납기 압박과 생산 우선주의가 결합되며 위험 신호를 무시한 채 공정이 계속됐다고 판단했다. 공장 내부 구조 또한 문제로 지적됐다. 방화구획용 벽이 임의로 철거되고 대피로에는 임시 벽이 설치되는 등 기본적인 안전 설계가 훼손된 상태였다. 여기에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충분한 안전교육 없이 고위험 공정에 투입되면서 사고 위험은 더욱 커졌다.
아리셀 화재 사망자 23명


이 사고로 총 23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고 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망자 상당수는 외국인 노동자였으며, 탈출 경로 확보 미비와 초기 대응 실패가 인명 피해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불은 순식간에 확산됐고, 내부에 적재된 리튬 배터리 특성상 화재 진압도 쉽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작업 중 갑작스럽게 발생한 폭발과 화염에 노출되며 대피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은 사고 이후 “예고된 참사였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기업의 안전 불감증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기본적인 안전 교육과 대피 훈련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상당수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사회적 공분이 커졌다. 이 사건은 산업현장에서의 안전관리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기록됐다.
박순관 대표 1심 판결


사고 이후 검찰은 박순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을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사실상 최고 수준의 중형으로 평가됐다. 재판부는 그동안 산업재해 사건에서 상대적으로 가벼운 처벌이 반복되며 예방 효과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이번 사건에 대해 강한 형벌을 통해 산업현장 전반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유해·위험요인 점검 미이행, 안전 매뉴얼 부재, 사고 전조 무시 등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명확하다고 봤다. 현장 책임자인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 역시 같은 형량인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1심은 기업 경영진의 안전 책임을 강하게 묻는 상징적 판결로 해석됐다.
항소심 판결 징역 4년


그러나 항소심에서 상황은 크게 뒤집혔다. 수원고등법원 형사1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박순관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박중언 총괄본부장은 징역 7년과 벌금 100만 원으로 감형됐다. 재판부는 이번 참사가 충분히 예방 가능했으며 피고인들의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명확히 밝혔다. 특히 사고 이전 폭발 등 전조 증상이 있었음에도 위험성을 안일하게 판단하고 공정을 지속한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


다만 동시에 피고인들이 사업장의 위험성을 전면적으로 외면하거나 안전조치를 완전히 방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부 공정에서는 안전조치를 시행해왔다는 점이 참작됐다. 이 같은 판단은 1심의 “강력 처벌 중심” 논리와 달리, 책임 인정과 제한적 참작을 동시에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감형 사유와 유족 반발


항소심 감형의 가장 큰 이유로는 피해자 유족과의 합의가 꼽혔다. 재판부는 사망자 유족 전원 및 부상자들과 합의가 이뤄졌다는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또한 합의를 제한적으로 반영할 경우 향후 피해 회복 노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여기에 일부 안전조치 이행 사실이 인정된 점도 감형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즉각적인 반발을 불러왔다.


법정에서는 유족들이 “23명이 사망했는데 징역 4년이 말이 되느냐”고 외치며 강하게 항의했다. 유족 측은 이번 판결이 사실상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약화시킨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변호인단 역시 “이 정도 형량이라면 법의 존재 의미가 흔들린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 판결은 법적 판단과 사회적 정의 사이의 간극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남으며, 향후 산업재해 처벌 기준과 법 적용 방향에 대한 논쟁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