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산불 방화 | 연쇄 방화범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올해 첫 대형 산불은 방화


2026년 들어 처음 발생한 대형 산불로 기록된 경남 함양 산불의 원인이 방화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방화 용의자로 지목된 60대 남성 A씨가 검거됐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과거 악명 높았던 연쇄 산불 방화범과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21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한 야산에 불을 지른 혐의로 A씨를 붙잡아 수사를 진행했다. 산불은 지난달 21일 밤 9시 15분쯤 시작됐으며 강풍을 타고 빠르게 확산됐다. 발생 직후 인근 지역 주민 50여 세대, 약 80명에게 긴급 대피 문자가 발송됐고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 규모는 상당했다. 비닐하우스 1동과 농막 1동이 전소됐고 축구장 327개 규모에 해당하는 약 234헥타르의 산림이 불에 타는 피해가 발생했다. 산불은 초속 20m 이상의 강풍 속에서 급속히 번졌고 다음 날인 22일 산불 대응 2단계와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는 등 대형 재난 수준으로 확산됐다.
CCTV 추적 끝에 드러난 방화 정황


경찰은 산불 발생 직후부터 방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했다. 특히 짧은 기간 동안 인근 지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고의 방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세 곳의 산불 현장 주변 CCTV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시간대에 동일한 60대 남성의 이동 경로가 반복적으로 확인됐고, 합동 감식과 현장 조사 결과를 종합해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범행 전 미리 방화 도구를 준비하고 인적이 드문 야산을 골라 불을 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가 지난 1월 29일 전북 남원시 한 야산에서 불을 질러 약 2.6헥타르의 피해를 낸 사건에도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어 2월 7일 경남 함양군 마천면 또 다른 야산에서 0.6헥타르 규모 산불을 낸 혐의도 받고 있다.
정체 드러난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


수사 과정에서 더 큰 충격을 준 사실은 A씨의 과거 범죄 이력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과거 울산 지역에서 악명 높았던 연쇄 산불 방화범, 일명 ‘울산 봉대산 불다람쥐’와 동일 인물이었다. A씨는 1994년부터 2011년까지 17년 동안 울산 동구 봉대산 일대에서 총 96건에 달하는 산불을 일으킨 연쇄 방화범이었다.


당시 봉대산 반경 약 3㎞ 지역에서는 매년 겨울 산불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경찰은 방화를 의심하며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울산경찰은 1995년 현상금 500만원을 걸고 공개 수사를 진행했고 이후 현상금은 2009년 최대 3억원까지 올라갔다. 경찰은 전담 수사팀까지 꾸렸지만 A씨는 장기간 수사망을 교묘히 피해 다니며 범행을 이어갔다.


잦은 산불을 일으키고도 잡히지 않자 지역에서는 A씨를 ‘봉대산 불다람쥐’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결국 A씨는 2011년 검거됐고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이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되며 복역했고 2021년 3월 출소한 뒤 경남 함양군으로 이사 온 것으로 파악됐다.
출소 후 다시 이어진 방화


출소 이후 A씨의 행적은 다시 산불과 연결됐다. 경찰은 올해 초 전북과 경남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들이 A씨의 추가 범행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과거 봉대산 방화 사건 당시 사용했던 방식과 유사한 수법이 이번 사건에서도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두루마리 화장지를 꼬아 불을 붙이는 방식 등 준비된 도구를 활용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과거 수사에서 방화 이유에 대해 “부모가 화전민이어서 산에 불을 놓던 모습이 익숙했고, 불을 보던 기억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동기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창원지방법원은 16일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진행한 뒤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A씨가 추가로 저지른 산불이 더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죄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